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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트렌드 노트: 생활변화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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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희데레사 작성일18-12-19 16:57 조회2,6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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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트렌드 노트: 생활변화관찰기>(북스톤, 201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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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변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빅데이터 분석그룹 다음소프트가 추적하는 한국사회의 로망과 현실 그리고 적응기

 

책의 부제가 생활변화관찰기이다.

 

생활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이다. ‘이 보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며 관념적인 세계까지 아우르는 단어라면, ‘생활은 말 그대로 의식주, 즉 먹고, 자고, 입는 것과 관계된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단어이다.

 

그리고 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이다. 우리는 정말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3년 전 흑석동에 왔을 때는 빈 공터였던 자리에 지금은 20층짜리 고층아파트 여러 동이 우뚝 서 있다. 사실 그 공터는 10년 전 내가 여기 살 때 작은 주택과 상가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었던 곳이다. 7년이 지나 다시 이곳에 오니, 그 주택과 상가들은 철거되어 이미 다 사라졌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3년 동안 20층짜리 고층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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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관찰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관찰하는 행위는 상황과 사건의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냉정을 유지하며,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전후좌우 사정, 앞뒤 문맥, 그리고 원인과 결과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는 탓인지, 왠지 나는 생활보다는 이라는 단어에 더 마음이 간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내지는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믿는 탓인지, ‘변화라는 단어도 그다지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관찰이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비겁하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관찰자의 입장이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정확할지는 몰라도, 인간적이지는 않다.

 

내가 가진 이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 읽기 시작한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재미있어서였다. 잠깐 훑어보아도 사람들의 생활상과 의식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생활변화관찰의 힘을 무시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언뜻 보면 우리가 가진 이상, 신념, 생각, 가치관 등이 나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사실, 그런 것들보다 더 무섭게 또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상이고 생활이며 변화일지 모른다. 우리가 무슨 수로 먹고, 자고, 입는 몸의 요구를 넘어서겠는가. 또 우리가 무슨 수로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막아서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몸의 요구대로, 욕구대로만 살거나 변화의 흐름을 무작정 따라서만 사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늘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문제는 세상의 변화, 큰 흐름, 트렌드에 별 생각 없이 내 온 존재를 그냥 맡겨버리느냐아니면 트렌드를 읽고, 우리가 지금 어떤 흐름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의식하며나아갈 방향을 선택하고 결정하느냐이다.

 

내 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는 내 의식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생활은 변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해석하고 식별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해석하고 식별하는 것은 데이터 가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데이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 줄 뿐,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방향은 각자의 신념, 이상, 가치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신념, 이상, 가치관을 기반으로 이런저런 통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 책의 각 장 끝에는 마케터를 위한 시사점이 나오는데마케터는 아니지만, 수도자인 내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들이었다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조언들이었다어떤 이들은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 이토록 치밀하게 세상을 관찰하고 분석한다하느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만큼 세상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뱀처럼 슬기로워지라는 예수님의 충고, 약은 청지기를 칭찬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받은 탈렌트를 땅에 묻어놓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종을 향한 예수님의 꾸짖음을 생각해본다.

 

트렌드에 함몰되어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그 의미를 읽어내고 필요한 것들은 이용하고 아닌 것들은 거스르며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담대함변화를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또는 변화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변화하는 시대 안에서 하느님의 징표를 읽고 적응해야 할 것과 지켜내야 할 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식별력과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들은 다음소프트연구원들이다그런데 재미있게도 모두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다데이터를 모으고, 쌓고, 연결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이겠지만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에 그런 듯하다다음소프트가 무엇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메인 화면에 이렇게 쓰여 있다.

 

"We are mining insights" (우리는 통찰을 캡니다)

 

2019년 새해를 시작하며,

생활변화관찰기를 통해 우리 나름의 통찰을 캐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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