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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호프 자런,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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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프라테스 작성일19-10-15 15:46 조회1,30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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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실험, 실습, 탐방 등은 전혀 남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

어려서부터 실험실에서 자랐으며, 야외 실습과 탐방을 숨 쉬듯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문과를 택했고, 그때서부터 과학과 수학, 측정 등은 저와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여러 군데에서 추천받았음에도, 과학 이야기라니 나랑 안 어울린다면서 머뭇거리며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가 호프 자런은 식물학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수천 년 전에 사멸한 식물의 성장을 확인하기 위해 늪지대나 사막에서 지질 분석을 시도해 화석을 채집하고 그 속에 있는 원소를 분석하는 연구가 자런의 주요 연구 분야입니다. 

소소하게 여겨 쉽게 지나치는 나뭇잎, 줄기, 뿌리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키운 공기 속 성분까지 찾아내는 과정이 지닌 고단함을 제가 쉽게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또 하나의 생명체로서 공통점을 지녔기에,

자런 스스로의 이야기와, 그가 보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일견 생경하지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 

졸업 후 연구원 생활, 

강사 시절과 교수가 된 이후 연구비를 벌기 위해 고투하던 때의 이야기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식물처럼, 

조그만한 씨앗에서 떡잎이 나고 뿌리가 뻗는 과정,

겨울을 견디며 옹이를 품는 과정,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까지와 연관됩니다.

 

그 과정에서 동료, 사랑, 자녀와의 관계까지 볼 때에 

어쩌면 이렇게 다른 존재들이 서로 닮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자연과 멀리 하던 저 역시, 

그것이 나무든 풀이든 사람이든 

모든 생명은 일정한 흐름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나무가 사지의 일부를 잃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닌 일상이다. 모든 나무가 만들어내는 가지들의 대다수가 완전히 크기 전에 잘려나간다. 보통은 바람, 천둥 혹은 중력 때문이다. 방지할 수 없는 불운은 견뎌내야 하고, 그에 대해 나무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가지가 떨어져나간 후 1년 안에 가지가 있던 자리에 완벽한 방패막을 치고, 그후로도 매년 방패막 층을 더해 표면에서는 전혀 상처가 보이지 않도록 만든다. … 그러나 오늘날 현재 그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그렇게 서 있는 동안 우리는 잃어버린 가지는 보지 못하고 자라난 가지만 볼 수 있다."(117-118쪽)

 

 

마침 최근 나뭇가지가 부러지듯 골절을 겪은 저에게, 

이 구절이 묘한 위로를 주었음도 함께 고백합니다.

 

낯선 과학 이야기가 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될 때에 얻는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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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풀잎님의 댓글

풀잎 작성일

"낯선 과학 이야기가 한 사람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될 때 얻은 위한" 그 "위안"에 공감이 갑니다~ 읽어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