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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직장인이 되려면 베네딕토처럼 일하라》, 마이클 록,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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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도비꼬 작성일19-11-09 08:52 조회1,2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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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빠와 함께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짧은 강의도 들었는데, ‘하루에 아빠가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OECD 평균 ‘47이었던데 반해, 한국은 평균 ‘6이라는 사실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야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80%이상이 야근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은 감사하게도 20%에 속해 있지만, 전에는 분명 80%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부모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직장인인 당사자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직장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어쩌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야근을 하든 안 하든 -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또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직장 상사나 동료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서는 참고 버티고, 퇴근 후에 달콤한 휴식과 행복을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허락해주신 개개인의 삶이라는 시간. 이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이 살아 숨 쉬는 시간을, 회사라고 해서 그냥 빨리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매 순간순간은 어렵겠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더라도 우리는 직장에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행복한 직장인이 되려면 베네딕토처럼 일하라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 ‘Ora et Labora’가 떠올랐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모토입니다. ‘일하라, 베네딕토처럼. 설마 직장에서 힘들더라도 기도하고, 용서하고, 도 닦는 마음으로 인내하고, 일하고이런 이야기는 아니겠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이 생각이 완벽하게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책을 읽는 내내 제 머릿속에 맴돌았던 것은 행복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이 책도 굳이 분류를 하자면 자기계발서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엄청난 양의 자기계발서들. 전부 다는 아니지만, 그 책들의 대다수가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도 우리 사회 최대의 가치인 성공입니다. 그리고 베네딕토처럼 일하라가 이야기하는 것은 행복입니다. 물론 성공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 가지이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것, 훌륭하고 인정받아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베네딕토처럼 일하라에서의 행복은 명예지위’, ‘과 관련된 행복이 아닌 존재’, ‘가치’, ‘공동체와 관련된 행복입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직장 생활에 필요한 덕목들은 인간관계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결국 회사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는 것이지요. ‘경청, 존중, 인내, 황금률.’ 다른 책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새로운 덕목들은 아닙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덕목들이 추구하는 바에 있습니다. 각각의 덕목들은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추구해야 하는 목적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존중이 필요한 것은 일의 효율과 성과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서로 앞다투어 다른 이들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곳(규칙 72,4)”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수도원에서나 추구할 수 있지, 현실 직장에서 가능하겠나?’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한다는 차원에서 존중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내 일을 내가 충실히 함으로써, 그 일을 이어받을 다른 사람이 고충을 겪지 않게 하는 것, 다른 사람이 최대한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배려하면, 자연히 일도 효울적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덕목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자는 직장을 가치터(worthplace)’라고 정의합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웹툰 미생의 유명한 대사,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야.’ 지옥보다는 전쟁터가 나으니 회사에서 버티라는, 많은 직장인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주었던 대사입니다. 저는 사실 전쟁터도 지옥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었지만요.

  그런데 저자는 전쟁터에서 몇 단계는 훌쩍 뛰어넘은 것 같은, 어쩌면 이상으로만 다가오는 가치터를 이야기합니다. 베네딕토회의 조안 치티스터 수녀의 말을 들자면, 일의 목적은 내가 더욱 인간답게 되고 내가 사는 세상이 더욱 정의롭게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세상을 정의롭게 하다니요! 텔레비전 광고의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라는 대사, 처음에는 그저 기발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조안 치티스터 수녀의 말과 같은 맥락일까요?

 

솔직히, 책을 두 번 읽었지만, 읽고 나서도 저는 내용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행복과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양립할 것인지’, ‘실제 직장에서 어떻게 제 삶을 제대로 살 것인지....아직은 더 많이 성찰하고 기도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창조물로서의 인간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서 묻는 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살펴보려면 우리가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 첫 단계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내적 자아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직장인들이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기를, 이를 통해 행복해지기를, 그 길에 항상 주님의 도우심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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