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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 백세희,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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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프라테스 작성일19-11-19 14:45 조회1,2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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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크라우드펀딩과 동네서점을 거쳐 한 책이 출간되었고, 그 책은 독립출판물 출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바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이야기이다. 워낙 공감가는 제목만으로도 책을 펼쳐보게 하기는 했으나, 솔직히 그 당시에는 이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가? 하고 오히려 꼬아 보곤 했다. 그러다보니 사실 책 자체를 충분히 읽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인기 도서라니까 한번은 훑어봐야지, 하고 앉아서 책을 다 읽는데,나도 비슷하게 느낀 적이 있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는구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나한테도 조금은 울림이 있구나 라고 느끼며 '아 그런 책이 있었지' 하는 수준으로 책장 구석에 박아두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2권이 나왔다고 했을 때, "아니 그 책이 왜 속권이 나와?" 라고 생각했다. 이미 1권을 통해 작가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점차 해소해갔고, 앞으로도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책을 내면 모를까 굳이 같은 제목으로 2권을 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의심이 들었다. 전작이 잘 팔려서 그 후광을 입으려는 거 아냐?라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편의 속권일 수 밖에 없다. 사실, 2권이 1권보다 더 중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1막만 보고 귀가할 수 없듯이, 이 책은 2권까지 읽어야 이 책을 비로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감히 생각한다),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작가와 의사의 상담의 녹취록이자 그 전후 상황을 담은 에세이로 진행된다. 

 

1권에서 자신의 우울장애에 대해 '다들 죽고 싶어 하지만 맛있는 건 먹고 싶다'라는 일상적인 말로 자신을 들여다 보던 작가는, 2권에서는 전작의 출간 과정, 그리고 그 이후 달라진 삶을 보여주면서, 차마 1권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어려움을 꺼내놓는다.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인간관계에서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좀  회복되는가 싶었을 때, 작가는 다시 곤두박질친다.  

 

일상 속에서의 말 못할 우울감에 빠져본 적이 있기에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잘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같은 생각으로 돌아가고 다시 스스로를 몰아내는 모습은 사실 나,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다. 결국, 이 상태를 이겨내려 안달복달하다가 돌아온 자리에서, 작가는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천천히 몸에 익혀가는 것임을,  부딪히고 깨진 자신을 통해 고백한다. 

 

"나는 공허감을 느끼기에 공허감을 다루는 방법을 안다. 나는 대부분 우울하기에 우울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거라고 여기며, 아니 사실 그런 일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며 그저 약을 먹고, 책을 읽고, 울고, 옥상 위에서 먼 땅을 내려다보고, 자해의 충동을 느끼거나 행하곤 했다.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내게도 빛나는 부분이 많다. 답답할 정도로 보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내 세계의 황량한 부분에서만 뒹굴고 있었다면, 푸르고 빛나는 공간에도 머무는 연습을 할 것이다. 이젠 할 수 있는다고 믿는다. 이 모든 게 살아내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 될 수 있다고, 일단 믿는게 중요하다."

마음에 말 못할 무거움이나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이건 아닌데' 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내 이야기 같아서, 혹은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이 책을 보는 시간이 큰 손해가 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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