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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진보다》, 김경집, 레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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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도비꼬 작성일20-05-18 18:09 조회1,4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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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가의 큰 행사 중의 하나인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 의석수라는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한쪽 편의 대승과 다른 한쪽 편의 참패는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 어른은 진보다는 제목부터 아주 정치적으로 들립니다. 저자는 특정 정당진영정치적인 담론에 대해 말하고자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결국은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정치적인 것임을 인정합니다. 책의 내용과 논조가 평소의 행보와 다르지 않기에, 흔히들 말하는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이제는 파이를 나눠야 한다라는 입장 중 전자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진보라는 단어보다는 어른이라는 단어가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제 정치색과는 무관하게 과연, 나는 어른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 성년이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하면 한참 어른이 맞지만, 요즘 제 생활의 동선만 보더라도 저보다 어르신들이 훨씬 많으니 어디 가서 어른 시늉하기도 뭣한, 참 어정쩡한 나이입니다.

  공자는 나이 마흔을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불혹이라 하였다는데, 지금은 이 말이 그분의 개인 체험만을 이야기하는지, 우리나라 남자가 마흔이면 2의 사춘기이자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자의 시선은 손녀 손자의 미래를 위해 더 어른다워져야 할 60대 이상의 어른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치, 노사관계, 이데올로기, 지역감정, 권위, 헬조선, 청년 문제, 일자리.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 중 제 마음을 아주 속 시원히 대변해준 저자의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갑자기 급등한 세금은 짜증 난다. 몇백만 원의 세금이 2천만 원쯤 급등하면 그 돈을 대체 어디서 마련한단 말인가? 내가 노력해서 얻은 재산인데 내가 부동산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닌데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반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그건 부당하며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하고 저항한 적 있는가? 오히려 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금방 셈이 가능한 차액에 흐뭇해하지 않았는가?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는 모른 척하고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는 펄펄 뛰는 건 균형적이지 않다.

 

아직 제 소유의 집이 없고 집값 걱정이 일상인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저자의 말에 맞아, 맞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언론과 사람들이 종합부동산 세금 때문에, 소위 세금 폭탄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어 경기가 악화된다고 떠들어대는 모습까지 보게 될 때, 정말 착잡합니다. 말 그대로의 진짜 세금 폭탄을 맞는 분들은 집값이 50억은 되는 분들이라고 하던데요. 

  혹자에게는 제가 많이 가지지 못한 입장이라 시샘해서 불평불만을 가지는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부럽고 샘도 나고 그렇습니다. 젊은 시절 성공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맞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금 집값이 정상은 아닙니다.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가족 규모에 걸맞는 집을 꿈꿀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합니다.  

    

최근 기본소득문제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우연히 어떤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진영 논리를 떠나 경제에 대한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겠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솔깃했지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2조원 정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국가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다는 비판과 위기감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라 빚이 늘어나는데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지는 않겠죠. 하지만 벌벌 떨 거 없어요. 강남의 한 백화점 일 년 매출이 2조예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수준이 높아졌어요. 어려운 시기에 국가가 국민들 위해서 12조 더 쓴다고 큰일 안 납니다. 우리나라 개인 예금이 총 623조 정도 되는데, 그중 상위 1%의 예금이 283조입니다. 여기서 세금 조금만 더 걷을 수도 있지 않나요?

  지금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 중에 적자 재정 안 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적자이지만 재정을 풀 수밖에 없어요.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선진국들이 망하지 않았잖아요? 위로를 얻자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재정 더 쓴다고 나라 경제가 망할 것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경제 문외한입니다. 사실 관심도 크게 없었고요. 수출이 잘 되고, 대기업의 매출이 펑펑 오른다고 해서 제 사정이 크게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경기가 안 좋으면 체감은 하지만 언제는 뭐 경기가 엄청 좋았나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특정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빚을 내서라도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좀 도와주면 안 되나요? 도와주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이 갑자기 확 좋아지나요? 제가 큰일 날 소리 하는 건가요? 

 

이제는 관심을 좀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일에 쉽게 흔들리고, 뭔가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사춘기를 벗어나야겠습니다. 저자처럼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더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픈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경제나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고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세상일에 대한 제 관심이 나비효과가 되어 제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어떤 것이 정말 사람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모두가 솔직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자비심과 넉넉함을 가진 어른,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새 꿈을 가지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을 하는 그런 멋진 어른이 많아지기를, 저도 그런 어른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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