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는 어떤 책인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은 사도 바오로가 제2차 선교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 세운 코린토 교회에 띄운 편지입니다. ‘주님의 만찬 전승’(1코린 11,23-26)과 ‘그리스도 부활 전승’(1코린 15,3ㄷ-5) 등 다른 서간에는 나오지 않는 귀한 가르침을 전해 줍니다.

 
 [코린토 부근 지도]

구조 

제1부 코린토 교회의 분열과 그릇된 표양(1~6장)

제2부 코린토인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답변(7-15장)

제3부 맺음말과 축복 기도(16장)

집필 동기

코린토 교회는 사도 바오로가 제2차 선교 여행 중에 50~52년까지 적어도 1년 6개월 동안 머물며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친 곳입니다(사도 18,11). 그만큼 남다른 애정을 쏟았던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3차 선교 여행을 떠나 에페소에 들렀을 때, 바오로는 코린토 교회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해 듣고 적절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집필 연대

파스카 축제를 시사하는 내용(1코린 5,7-8)으로 보아, 봄에 집필한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집필 연대는 알 수 없습니다. 제2차 선교 여행이 끝난 52년서부터 제3차 선교 여행이 끝난 58년 사이의 어느 해에 집필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코린토 1서를 쓰기 이전에도 편지를 띄웠다는 기록(1코린 5,9)으로 보아, 54년 봄쯤에 쓰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코린토 시(市)는?

1) 역사와 지리적 특성

코린토는 지금의 그리스 본토와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연결하는 이스트모스라는 지협(폭 5,950m)의 남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동서로 바다에 연해 있는 지리적 위치로 말미암아 프랑스, 스페인, 로마 사람들이 동쪽으로 여행하고 팔레스티나, 시리아, 아시아인들이 서쪽으로 여행하는 동서 해상로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또한 남북으로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통상 및 교통의 요충지가 되었습니다.

[코린토 항구]

이러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코린토는 당대에 상업 도시로 크게 번창했고, 항구도 번잡했습니다. 자연히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였으나 빈부의 차가 심했으며 사회 분위기는 혼란스러웠고 도덕적 삶도 문란했습니다. 동서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으므로 종교도 자연히 혼합주의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2) 사회 환경 및 특성

코린토는 경제적 가능성에 이끌려서 온 새 이주자들로 인구가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로마제국의 여러 지역에서 온 퇴역 군인들, 로마의 관리, 상인, 실업가, 선원, 그 외 그리스인들과 동방인, 유다인들이었습니다. 인구 50만이 넘는 코린토의 일부 주민들은 상당한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었겠지만, 대다수는 노예였으리라 추측됩니다.

도시민을 구성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지닌 이상한 풍습과 광적인 태도들이 뒤섞이면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생활상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귀족도 없고 전통도 없고 정상적인 시민 생활도 없는 식민지라 할 수밖에 없었던 이 도시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는 유명한 아프로디테 신전이 서 있었습니다. 이 신전에는 천 여명에 달하는 신전 창녀가 있어 저녁마다 코린토 거리를 누비기 때문에 코린토식 생활이라면 음탕한 생활로 통했고 “누구든지 코린토에 가면 안 된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코린토는 허영과 환락의 도시였습니다. 이러한 성 윤리의 타락에 대해 바오로 사도도 몇 가지 불륜 사실을 들어 책망하고 있습니다(1코린 5-6장).

3. 내용

1) 코린토 교회의 분열과 그릇된 표양(1-6장)

바오로는 자신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도임을 천명하면서, 코린토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온갖 언어와 지식을 익히게 되었음을 밝힙니다(1,1-5). ‘언어’와 ‘지식’은 수사학이 발달하였던 그리스인들이 추구하던 이상(理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말재주’(1,17)에 그치는 수사학에 머물러서는 바오로 편, 베드로 편, 아폴로 편, 그리스도 편 등으로 갈라질 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합니다.

설사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를 넘어서지 못해서 예수님께서 처형되신 십자가가 걸림돌이나 어리석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십자가 안에서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를 읽어 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1,23-24). 더군다나 각자의 몸은 하느님의 영이 거처하는 하느님의 성전이므로(3,16-17), 몸의 성전을 더럽히는 음행을 삼가고 교우들끼리의 송사도 이교인의 법정으로 끌고 가지 말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를 촉구합니다(6,1-11).

[코린토의 옛 신전]

2) 코린토인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답변(7-15장)

당대에는 서로 다른 가르침을 전하는 여러 철학 사조들이 혼재해 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윤리적으로 타락해서 음행을 일삼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그에 대한 반동으로 아예 철저하게 금욕하는 삶을 살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런 여러 현상을 둘러싸고 생겨나는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필요한 지침을 일러줍니다.

우선, 사도 바오로는 금욕주의자들의 가르침에 맞서서, 결혼은 성생활의 무질서를 피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제도임을 일깨웁니다. 다만, 결혼한 사람은 결혼에 따른 의무를 수행해야 하며, 외교인 남편과 또 결혼해서 낳은 자녀도 신앙을 가진 아내로 말미암아 거룩하다고 이야기합니다(7,1-16). 독신으로 지내고 싶은 사람은 주님을 위한 일에 더욱 열성을 쏟을 수 있으므로 그 또한 합당하다고 권유합니다(7,25-38).

다음으로, 당대에는 제사를 미리 지내지 않고는 도살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상 앞에 제사 드린 고기를 그리스도인이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먹어도 무방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서 처신하라고 일러줍니다.

[빵을 나누는 사람들]

그 다음으로 성찬도 함께 참여하는 가난한 신자들을 부끄럽게 하면서까지 부유한 신자들끼리 미리 먹고 마시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냉철하게 지적합니다(11,17-34). 아울러 교회에는 하느님께서 주신 온갖 은사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면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나갈 것을 촉구합니다(12- 14장).

끝으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인 부활 교리를 가르칩니다. 살과 피는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을 수 없다는 말씀(15,50)에서 잘 드러나듯이, 육신 부활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육신이 그대로 재생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납니다”(15,44)는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분명 ‘몸’을 지닌 부활이지만 지금의 자연적인 차원과는 다른 ‘영적인’ 몸임을 역설합니다.

그 외에도 그리스도인의 신앙 생활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지적합니다.

3) 맺음말과 축복 기도(16장)

바오로 사도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루살렘 성도들을 위해 벌이는 모금 운동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모금 운동을 통해서 예루살렘 모교회에 존경심을 표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새로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일치와 친교를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편지를 마치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무질서하고 복음의 근본정신이 사라지는 듯 보이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삶의 지침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을 위협하는 모든 것에 대비하여 깨어있어야 하며, 확고한 믿음을 지닌 참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사랑에 근거를 두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당신도 문제 많은 코린토 신자들을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이야기함으로써 본을 보입니다.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16,24).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4년 2월 335호 

http://www.withbib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