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맛과 멋_나의 반석께서는 찬미받으시리니(시편 1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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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09-19 23:38 조회1,2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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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맛과 멋
나의 반석께서는 찬미받으시리니
(시편 18,47)
이우식 베드로 (성서신학)
성경聖經은 거룩한 책이다. 그렇다고 보고 듣기에 좋은 거룩한 말이나 사건만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롯의 두 딸이 아버지 와 벌이는 근친상간(창세 19,30-38), 암논의 배다른 누이 강간(2사무 13,22), 레위인 소실의 토막살인 사건(판관 19,11-30) 등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도 고스란히 실려 있다. 성경은 수많은 죄악을 저지르는 나약한 인간을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설득력 있게 증언하고 있기에, 그것이 어느 나라 말로 번역된다 해도 인간이 저지르는 죄악의 역사가 숨김없이 그대로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하느님’을 어떤 분으로 형상화하느냐는 문제는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에 해당하기에 무척 예민한 부분이다. 서양에서는 ‘God’이라는 용어로 아무런 문제없이 통용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하느님’과 ‘하나님’이라는 호칭으로 서로 다르게 부르고 있다. 그 호칭 에 담겨 있는 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라는 호칭에는 고대부터 우리 민족이 제천祭天 의식을 하며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섬겼다는 토착화 사상이 담겨 있다. 반면에 ‘하나님’이라는 호칭에는 ‘하나’라는 유일신 사상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논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이 예전 번역 성경에는 없었을까? 히브리 성경에서는 하느님을 자신의 삶을 뒷받침해 주는 굳건하신 분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반석’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온갖 고난을 피할 수 있는 요새나 도피성으로 즐겨 묘사하고 있다.
“정녕 주님 말고 그 누가 하느님이며
우리 하느님 말고 그 누가 발설이 되어 주겠는가?”(시편 18,32)
“주님께서는 살아계시다!
나의 발설께서는 찬미받으시리니
내 구원의 하느님께서는 드높으시다”(시편 18,47).
하느님을 훨씬 가까운 분으로 느끼게 해 주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그런데 최초의 번역 성경인 70인역 성경에서는 이 구절을 모두 ‘반석’이라는 표현 대신에 ‘하느님’으로 바꾸어 표현하고 있다. ‘금송아지를 숭배하듯이 돌을 숭배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그 이유를 풀이하기도 한다. 언어를 통해 사상과 문화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한계 앞에서, 하느님을 올곧게 형상화 하려고 고심한 번역자들의 노력이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7년 5월 3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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