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1 서브비주얼

성경과 문화_탈출기의 열 가지 재앙과 테라 섬의 화산 폭발(6)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09-25 00:12 조회1,420회 댓글0건

본문

성경과 문화

 

탈출기의 열 가지 재앙과

테라 섬의 화산 폭발

김성

 

김성님은 협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 성서고고학 박물관장으로성서고고학과 성서지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이집트의 폭풍우 석비

탈출 7-11 장에 등장하는 열 가지 재앙 중 마지막 열 번째를 제외한 아홉 가지는, 대부분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에서 가뭄이나 홍수 때마다 자주 발생하던 자연 재해이다. 해마다 여름철에 나일 강이 범람하여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고, 물이 빠진 후에는 개구리와 파리가 들끓으며, 익사한 동물과 사람의 부패한 사체를 통해 가축과 사람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진다. 또 가뭄으로 메마른 아프리카 대륙을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가 폐허만 남는다. 그런데 일곱째 재앙과 아홉째 재앙의 경우는 우박과 폭우가 쏟아지고 사흘 동안 하늘이 캄캄해져 사막지대인 이집트와 어울리지 않는 기상 이변에 속한다. 구약성경의 탈출기 외에도 고대 이집트 기록에 엄청난 폭 우가 쏟아진 사건이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수학 문제들이 기록된 기원전 16세기 힉소스 시대의 한 파피루스 문서 뒷면에는 며칠 동안 암흑 속에서 폭풍우가 몰아쳤다는 기상 이변이 일종의 낙서 형태로 적혀 있다. 또 기원전 1550년경 이민족 힉소스를 몰아내고 새로운 왕조를 건설한 이집트의 파라오 아흐모세(Ahmose)가 카르낙의 아문 신전에 세웠던 기념비에도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몰아닥친 폭우가 언급되어 있어 이를 폭풍우 석비(Tempest Stele)’라 부른다.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집트에서 어떻게 이러한 기상 이변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f1ac52939ffe4864da320cf9b3522d01_1537801
[테라 섬의 고대 유적지 아크로티리(Akrotm)에서 발견된 채색 벽화]

3600년 전에 제작된 이 벽화에는 사람과 동물의 모습이 매우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당시 도시 문명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 벽화는 오랜 기간 노력한 끝에 복원되었다.

 

플라톤의 아틀란티스 전설

기원전 350년경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티마이오스><크리티아스>에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잃어버린 왕국 아틀란티스(Atlantis)’를 언급하였다. 많은 섬을 거느렸던 아틀란티스 왕국이 거주민의 부도덕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대지진과 흥수로 도시가 파괴되어 사람들이 땅속으로 꺼져 들어갔고, 결국 섬 자체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설은 원래 기원전 600년경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솔론(Solon)이 이집트를 방문하였다가 그곳 사제들에게서 전해들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집트인들은 자신들과 해상무역을 하며 잘 알고 지냈던 에게 해의 해양 문명이 화산 폭발이나 지진 같은 대규모 기상 이변으로 붕괴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과연 플라톤의 아틀란티스 왕국은 어느 문명을 지칭하는 것일까?

 

테라, 에게 해의 폼페이

지금까지 수많은 탐험가들이 해저를 탐사하여 잃어버린 전설의 섬 아틀란티스를 찾고자 했으나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한편 그리스 고고학자들은 유사 이래로 수많은 화산이 폭발했던 에게 해의 테라(산토리니) 섬을 유력한 아틀란티스의 후보지로 여기고 발굴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수십 미터 깊이의 화산재 더미를 파헤치고 그 아래 파묻힌 도시의 흔적을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아크로티리(Akrotiri)’라 불리는 지역에는 자연스런 침식으로 땅속 유적들이 지표면에 어느 정도 드러나 있어 본격적으로 발굴할 수 있었다. 1967년에 시작하여 20여 년간 발굴한 결과 기원전 17-16세기에 번창했던 도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발굴한 것 중 고고학자들의 시선을 끈 것은 잘게 부숴져 바닥에 잔뜩 깔려 있는 채색 벽화의 조각들이었다.

 

f1ac52939ffe4864da320cf9b3522d01_1537801
[테라(산토리니) ]

약 백만 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테라 섬은 이만년 전 다시 폭발하여 초승달 모양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수백 차례 폭발이 일어나 용암과 화산재가 50미터 이상 뒤덮여 있다.

 

오랫동안 전문가들이 작업하여 복원된 완성품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돌고래와 각종 물고기가 뛰노는 바다 속 풍경,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는 사슴들, 백합 위를 스칠 듯 날아가는 제비들의 모습 등 자연의 온갖 생동감을 표현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끈에 엮어 들고 오는 어부, 장갑을 끼고 권투하는 소년들,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은 도저히 3600년 전 조그만 섬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완벽하고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이었다.

 

테라 섬 주민들의 문화 예술 수준이 어느 정도이기에 까마득한 성경의 족장 시대로 볼 수 있는 기원전 1600년경에 그토록 미적 감각이 높은 예술 작품을 생산해 낼 수 있었을까?

 

f1ac52939ffe4864da320cf9b3522d01_1537801
[테라 섬의 아크로티리(Akrotiri) 유적지]

기원전 1600년경 화산이 폭발하여 도시 문명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에게 해의 폼페이라고 부른다.

 

섬 지역 화산 폭발의 재앙

육지와 달리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그 재앙의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폭발 직후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해일 쓰나미가 해안 지역을 덮치고, 며칠 동안 폭풍우가 일어난다. 나아가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지상 40km 성층권까지 퍼져 햇빛을 차단하면 며칠 동안 캄캄해지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화산재 에어로졸(aerosol)이 햇빛을 차단하여 지구 북반구에 수년간 한파가 닥치면 농작물의 작황이 줄어들어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근이 들고, 이로 인해 사회가 불안정해져 결국 문명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모두 다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테라는 원래 약 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직경 15km 규모의 둥근 섬이었다. 그 뒤 약 이만 년 전 다시 폭발하여 섬 한가운데 거대한 분화구가 바다로 변했고 섬은 초승달 모양으로 바뀌었으며, 기원전 1600년경 또다시 폭발하여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 당시 200m 높이의 해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섬 전체가 파괴되었고 북서풍의 영향으로 이집트 북부와 이스라엘 해안 지역까지 화산재가 쌓였다.

 

구름 기둥과 불기둥

그리스 지리학자 스트라보(Strabo)는 기원전 197년에 일어난 폭발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바다 속에서 불꽃이 나흘 동안 솟아 나왔고 근처 바닷물이 화염에 뒤덮여 끓어올랐다.’ 실제로 바다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바닷물이 분화구의 마그마에 유입되면서 폭발력이 증대되고 화산재가 섞인 수증기가 계속 나온다. 726년에 일어난 폭발로 화산재가 마케도니아와 터키 해안을 뒤덮는 재앙이 일어났는데, 이를 두고 비잔티움의 사제였던 테오파네스(Theophanes752-818)는 당시 동로마 제국의 황제 레오 3(717-741)가 시행했던 성화상 공경 금지 칙령반포의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1650년에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남쪽으로 110km 떨어진 크레타에서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고 밤에는 불꽃이 보였다고 한다. 1867년 폭발 때도 크레타에서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구약성경에서 테라 섬의 화산 폭발을 암시하는 구절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1867년 화산 폭발 때 테라 섬 근처를 지나던 뱃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낮에는 연기(수증기)가 밤에는 불길이 치솟았다고 한다. 완고한 이집트인들에게는 열 가지 재앙, 선택 받은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열 가지 계명을 전해 주신 하느님께서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의 백성을 인도하셨다(탈출 13,21-22 참조)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9년 6월 399호 

http://www.withible.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