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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소품들_6세기경의 마다바 지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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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11-20 02:33 조회1,3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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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소품들


6세기경의 마다바 지도

이우식 베드로

 

 

 

<사해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전시를 관람하였다. 가장 오래된 구약성경 사본인 이사야서와 구리 두루마리를 재현해 놓은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실물(10.5mx5m) 크기로 재현해 전시실 하나를 모두 차지한 6세기경의 마다바 지도가 시선을 끌었다. 지도 곳곳에 그리스어 대문자로 관련 지명을 조밀하게 기록해 놓아 어디가 어디인지도 잘 모르는데, 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일까?

 

마다바 지도는 마다바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워낙 일부만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이 모자이크지도에는 마다바라는 지명이 나오지 않는다. 이 지도가 발견된 마다바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30km쯤 내려가는 지점, 사해를 중심축으로 보면 베들레헴과 대칭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마다바 지도를 낙타 모양으로 연상시켜 보면, 혹에 해당하는 맨 윗 부분의지명이 카락모바(XMWB)로 추정되므로, 그곳에서 꼬리 방향으로 수평선을 긋고 가운데에 위치한 나룻배 그림에서 수직선을 그어 만나는 곳에 마다바가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경에 메드바란 이름으로 여섯 번 나올 정도로 마다바는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민수 21,30; 여호 13,9.16; 1역대 19,7; 1마카 9,36; 이사 15,2). 이집트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유랑하다가 본격적으로 요르단 동쪽을 점령하면서, 아모리족을 몰아내는 사건을 되새기는 시인들의 노래에 처음으로 나온다.

 

우리가 활을 쏘아 대자 헤스본에서 디본까지 다 망하였다.

우리는 노파까지, 메드바까지 다 황폐시켰다”(민수 21,30).

히브리 민족의 정복 전쟁을 묘사하는 시어로 등장했던 마다바는 4-7세기경에 그리스도교의 도시로 크게 융성하였다. 그렇지만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황폐해져 버려진 도시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마다바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은 그리스 정교회에서 새 교회를 고대 교회의 터전 위에 세우려던 1896년에 와서이다. 터를 다지는 과정에서 발견된 마다바 지도는 집 모양의 교회 이름이 곳곳에 적혀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의 모습을 잘 시사해 주기 에 충분하다.

 

마다바 지도는 자세히 보면 오늘날의 지도와는 여러 모로 다르다. 우선, 마다바 지도의 위쪽, 달리 말해 낙타의 혹을 연상시키는 부분의 방향은 요즘 지도와 달리 동쪽이다. 왜 시선을 동서 방향으로 두었을까? 마다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세가 숨을 거둔 느보 산이 위치해 있다는 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모세는 죽음을 맞기에 앞서 평생을 바쳐 애써 온 결과, 곧 약속의 땅 가나안을 느보 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은총을 받았다.

 

너는 예리코 맞은 쪽, 모압 땅에 있는 아바림 산맥의 느보 산으로 올라가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소유하라고 주는 가나안 땅을 바라보아라” (신명 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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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세기경의 마다바 지도]

 

마다바 또한 모압 땅의 도시이다. 모세처럼 약속의 땅을 동쪽에서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는 도시이다. 그만큼 약속의 땅을 보고자 했던 모세의 갈망을 계승하면서 모자이크 지도를 만들되, 이미 약속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각 지역 교회의 명칭은 서쪽에서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낙타의 뒷다리 바로 위에 기록된 글자 POC AN 또한 사라진 글자를 추정해서 복원하면 단 지파의 몫이라는 뜻이라는 데에서도 잘 입증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단과 사해의 가운데에 빨간 글씨로 크게 적혀 있는 TOYA 유다 지파의 몫으로 추정 된다.

 

낙타의 머리에 물린 재갈처럼 보이는 몇 갈래의 강물은 이스라엘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이집트의 삼각주 일대를 나타낸다. 나일 강 위의 산자락에는 빨간 글씨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었던 신 광야라고 쓰여 있다. 그 옆에 까만 글씨로 이스라엘이 아말렉과 싸운 르피딤 광야도 명기되어 있다. 그 위로 경계선 부근에는 뱀에 물려 죽을 뻔한 이스라엘 백성이 청동뱀을 보고 구원받았던 광야임을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의미 있는 사건을 묵상할 수 있도록 기록해 놓은 순례용 지도인 셈이다.

 

다음으로, 마다바 지도는 정확한 거리와 축척에 따라 그려진 지도가 아니라, 지도 작성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부각시켜 만든 지도이다. 느보 산에서 바라다보면, 가장 크게 들어오는 장소인 사해는 지도의 한가운데에 푸른 물결로 장식 되어 있다. 사해에서 꼬리 방향으로 흘러가는 문양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은 요르단 강을 나타낸다. 사해는 염분이 많아서 모든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이기에 물고기 그림이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사해 입구에서는 물고기도 방향을 돌려 요르단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사해의 나룻배 밑에 대합 문양으로 그려져 있는 도시에는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이라는 빨간 글씨가 달려 있다. 예루살렘 도시는 북쪽광장(다마스쿠스 문)에서 가운데 위치한 성묘 교회를 지나쳐 남쪽으로 나 있는 중앙 도로가 지퍼 문양으로 되어 있다. 성지 이스라엘을 순례 하고픈 그리스도교 신도의 열망이 스며들어가 있는 마다바 지도이기에, 예루살렘에는 거룩한 도시라는 수식어까지 붙여 가면서 가장 큰 도시로 그려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다바 지도에 그려진 지명을 하나씩 짚어 보니, 오래 전부터 순례의 여정을 걷고자 열망했던 그리스도인들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 나오는 듯하다.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8년4월 385호 

http://www.with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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