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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소품들_외국인은 들어가지 못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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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11-20 02:37 조회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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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소품들


외국인은 들어가지 못한다

이우식 베드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예루살렘 성전을 떠올리면 기묘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이 든다. 오래도록 이스라엘을 묶어주는 중심 역할을 해 온 예루살렘 성전을 드디어 방문한다는 설렘이 곧바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혼자 순례를 떠난 터라 안내문이나 표지판에서 책에 없는 현장 정보를 얻곤 했다. ‘통곡의 벽에서 예루살렘 성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표지판에 ‘No Entrance’ 란 큰 글씨가 보였다. 눈여겨 읽어 보니 외국인은 들어올 수 없다는 안내문이었다.

 

한편으로 의아해 하면서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들어가면 처형한다는 협박문까지 있으니 그냥 무시해 버릴 수도 없고.힘들게 왔는데 그냥 돌아서자니 입맛이 찜찜해서 잠시 머뭇거렸다. 나 말고 다른 관광객은 어찌 하나 지켜보았더니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성전 안으로 들어서지 않는가! 이렇게 들여보낼 거면 처음부터 통제나 하지 말지, 왜 성전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을 달았을까?

예루살렘 성전 터는 자그마한 동산을 깎아서 만들었기에 성전산으로 불린다. 이 성전산의 북쪽에서 성전 출입을 금지한다는 그리스어 비문이 발굴되었다. 또 같은 내용의 비문이 스테파노 성문 바깥에서 부스러진 조각으로 발굴되었다. 헤로데 임금이 중축한 제2차 성전 시절에는 성전 구역을 사제의 뜰’, ‘이스라엘(남자)의 뜰’, ‘여인의 뜰’, ‘이방인(외국인)의 뜰등 넷으로 구분하여 신분별로 이용할 수 있는 구역을 제한시켰다. 그때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는 난간에 부착된 출입 금지 공고문이 후대에 비문으로 발굴된 것이다. 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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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성전 난간 안이나 구내로 들어가지 못한다. 들어가다가 체포되는 이는 누구나 처형될 것이다

마름돌에 새겨진 이 내용을 국제 공용어로 옮겨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에 명문화해 놓았다. 혼자 순례를 떠난 나 같은 사람만 그 사실을 모르고 지레 놀란 셈이다. 오늘날은 금지령을 내린 예전과 달리 유다인이 아닌 이방인만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간다. 기원후 70년에 로마 군대에 의해 성전이 완전히 폐허가 된 후(마르 13,1-2 참조)이슬람이 예루살렘을 점유하고 성전이 있던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세웠다. 그래서 유다인 들은 성전을 더 이상 거룩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 대신 유다인 들은 기원후 70년에 성전이 무너질 때 몇 단 남아 있던 서쪽 성벽 (통곡의 벽)을 복원하여 성전이 무너졌음을 기억하고 슬퍼하는 예식과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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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성전 시대에 이방인의 성전 출입을 금하는 그리스어 비문, 예루살렘 룩펠러박물관 소장]

 

이 성전 출입 금지령으로 말미암아 곤욕을 치른 대표적 인물이 바오로 사도이다. 가뜩이나 로마 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님이 바로 이스라엘이 오래도록 기다려 온 메시아라고 유다교 회당에서 선포하여, 해외 거주 유다인들에게서 온갖 수모와 박해를 당했으니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었을까. 예루살렘 성전에서 치르는 정결례 기한이 찰 때 아시아(오늘날의 터키 일대)에서 온 유다인들은 군중을 다시금 선동하여 바오로를 체포하고 직접 죽이려고 하는 등 폭동이 일어날 만큼 사태가 급박하게 진전되었다.

 

아시아에서 온 유다인들이 성전에서 바오로를 보고서는, 온 군중을 선동하여 그를 붙잡고 외쳤다. ‘이스라엘인 여러분,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이자는 어디에서건 누구에게나 우리 백성과 율법과 이 성전을 거슬러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그리스인들까지 성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이 거룩한 곳을 부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도 21,27-28).

이 고발이 군중의 호응을 받아 크게 확산된 배경에는 외국인이 성전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성전 출입 금지 공고문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이 성전에 들어가다가 체포되면 사형을 면할 수 없듯이, 외국인을 데리고 성전으로 들어간 바오로 또한 유다인이기는 하지만 성전을 부정하게 만들었으므로 죽임을 당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군중이 난폭하게 날뛰면서 "그자를 없애라고 외쳐댄 것도 타당성이 있는 셈이다. 물론 사도행전 저자는 군중이 에페소 사람 트로피모스가 바오로와 함께 성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바오로가 그를 성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고 오해했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사도 21,29 참조).

본토인과 외국인을 가르는 인종 차별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성차별, 사제와 평신도를 가르는 신분 차별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하던 장소가 하느님을 내세워 거룩하다는 평판을 받던 성전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떠한 명목으로든 이편과 저편을 구분하여 차별하는 이 둘을 가르는 장벽” (에페 2,14)이 오늘날 우리 성당에는 없는지 반문해 본다.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8년 6월 387호 

http://www.with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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