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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소품들_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태웠다(2열왕 2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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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12-18 01:41 조회1,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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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소품들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태웠다(2열왕 25,9)

이우식 베드로

 

역사는 승리자의 시각으로 기록된다승리자는 기록을 남길 수 있지만패배자는 기록은커녕 생존하기에도 힘겹기 때문이다그러나 성경에서 이스라엘은 패배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왕국이 멸망하고 포로로 끌려간 기록까지 고스란히 전해 내려온다패배한 지난 역사를 기록하고 그 원인을 철저하게 진단함으로써하느님 앞에 온전한 공동체로 새롭게 발돋움하는 전기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열왕기 저자가 전하는 유다 왕국 멸망과 예루살렘 함락의 주역은 네부카드네자르다네부카드네자르는 메디아와 연합하여 아시리아 제국을 무너뜨린 바빌로니아 군대의 통수권자이다네부카드네자르가 기원전 612년에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를 함락시키고 왕위에 올라 파죽지세로 세를 키워나가자아시리아 제국의 맞수로서 북방으로 진출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이집트 제국이 원정군을 보냈다아시리아 군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군사들을 보내이집트 군대가 행군해 나가는 곳을 자신의 세력권 안에 두려는 노림수였다. "요시야 시대에 이집트 임금 파라오느코가 아시리아 임금을 도우려고 유프라테스 강을 향하여 올라갔다” (2열 23,29). 이런 낌새를 눈치 챈 요시야 임금으로서는 당연히 맞서 싸울 수밖에.

 

그러나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싸움에서 어찌 작은 나라가 이길 수 있으랴유다 왕국에서 종교 쇄신 운동을 일으켰던 요시야는 므기또 요새 에서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이집트의 파라오 느코는 요시야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여호아하즈 임금 을 이집트로 끌고 갔고그를 대신 해서 여호야킴 임금을 세웠다(2열왕 23,34).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이집트 군대는 여호야킴이 즉위한 지 4년째인 기원전 605년에 유프라테스 강 근처 카르크미스에서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에게 참패를 당하고야 말았다(예레 46,2; 2역대 35,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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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바빌론 유적지]

 

 

네부카드네자르는 그 여세를 몰아 유다 왕국을 쳤고 여호야킴을 굴복시키기에 이르렀다나아가 3년 후에 반역을 일으킨 여호야킴을 치러 왔다가 그가 죽은 뒤 왕위 에 오른 여호야킨을 바빌론으로 사로잡아갔다유다 왕국이 완전히 멸망한 기원전 587년에 앞서앞날을 예시 하듯 기원전 597년에 벌어진 일이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여호야킨을 모후와 왕비들내시들과 나라의 고관들과 함께 바빌론으로 끌고 갔다그들을 끌고 예루살렘에서 바빌론으로 데려간 것이다”(2열왕 24,15).

 

 

성경에 간단명료하게 기록된 이 사건은 바빌로니아 역대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즉위하자마자 군대를 일으키고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네부카드네자르의 행적이 잘 드러나 있다그 기록의 아카드임금은 네부카드네자르를 가리키고하티 땅은 소아시아 일대에서 제국을 형성했다가 망한 후에 분산된 히타이트 제국민의 일부가 살던 시리아 일대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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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니아 역대기의 일부높이 8.25cm. 영국 박물관]

 

 

4년 아카드 임금은 군대를 이끌고 이집트로 행군했다이집트 임금이 그 소식을 듣고 군대를 보냈다그들은 공개된 현장에서 충돌하였고 상대방에게 무거운 손실을 입혔다아카드 임금과 군대는 바빌론으로 회군하였다.

5년 아카드 임금은 나라 안에 [머물렀다.] 그는 병거와 많은 군마를 편성하였다.

6년 키슬리무 달 아카드 임금은 군대를 하티 땅으로 이동시켰다그는 하티 땅에서 군대를 파병하였다군대는 사막을 약탈하였고 아랍 땅에서 약탈품을 많이 챙겼으며가축들과 성상들도 엄청나게 챙겼다아다루 달에 임금은 자기 나라로 귀환하였다.

7년 키슬리무 달 아카드 임금은 군대를 하티 땅으로 진군시켜야후두(유다)의 도시를 공성하였고아다루 달 2일에 그 도시를 점령하였다그는 자신이 선호하는 임금을 임명하고수많은 약탈품을 가져다 바빌론으로 보냈다.

 

 

바빌론으로 끌려간 여호야킨 대신 임금이 된 치드키야는, 10년도 다스리지 못한 채 네부카드네자르에 반기를 들었다마지막 발악이라도 해 볼 셈으로 항쟁을 일으켰지만약 2년간 농성하고는 처참히 무너졌다. “(바빌론 임금의 신하인 느부자르아단 친위대장)는 주님의 집과 왕궁과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태웠다” (2열왕 25,9).

예루살렘 성벽이 뚫리자 필사적으로 도주하였으나 예리코의 들판까지밖에 가지 못했던 치드키야그는 아들들이 살해되는 모진 장면을 다 지켜보고는 두 눈이 먼 채 청동 사슬로 묶여 바빌론으로 끌려가야만 했다(2열왕 25,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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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방화와 약탈유다 신학교]

  

 

 

오늘날 우리는 나라가 완전히 망하고 그 나라 백성이 노예로 끌려가는 사건은 더 이상 겪지 않지만그보다 더 극심한 경제 전쟁에 휘말려 가정과 국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가 낯설지 않고환율이 치솟아 경제 위기설이 나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자살율이 제일 높은 나라로 손꼽혔으니 이를 어찌하랴캄캄한 절망에 사로잡혀 쇠사슬에 묶인 치드키야와 같은 이들이 더는 우리 눈에 밟혀서는 안 되겠다.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8년 11월 392호 

http://www.with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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