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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부코〉에 담긴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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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도비꼬 작성일19-02-11 17:21 조회2,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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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의 기원이 종교로부터 비롯되었음은 전문사적專門史的으로 거슬러 올라가 증명하기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직접, 간접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음악 예술이 갖는 시공간적 차원에서의 표현은 더욱 종교적 신성神性을 가지고 있다. 음악 예술의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종합 무대예술로서의 오페라는, 그 극적 표현이 특히 시각적인 면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역사를 뛰어넘어 해당 시대로 돌아가 함께 호흡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대 작곡자들의 의도나 처해 있던 상황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 극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와 작곡자의 시대, 그리고 보는 이들의 시대에로의 일관된 연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맥을 통해 우리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죠세페 베르디(1813~1901) 의 작품 나부코(네부카드네자르) 속에 담겨진 성서적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오페라 나부코는 기원전 587년의 예루살렘과 바빌론을 무대로 하고 있다. 이교도인 바빌론 왕 네부카드네자르와 그의 군대가 침범한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포로가된 히브리인들이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신에게 도움을 간구하고 있다.

 

한편 당시의 대사제 즈카르야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구원을 예언하며, 인질로 잡혀온 네부카드네자르의 딸 훼네나(Fenena)를 예루살렘 왕의 조카 이스마엘(Ismael)에게 위탁한다. 그러나 한 번 훼네나의 도움으로 바빌론의 감금에서 풀려난 이스마엘은 이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그녀를 그녀의 아버지에게 인도함으로써 히브리인들로부터 저주를 받게 된다

 

한편 네부카드네자르는 예루살렘을 정복했고 바빌론에서는 노예인 아비가일(Abigail)이 자기가 왕의 딸이라고 거짓 행세하며 바빌론의 여주인이 된다. 그러나 자기의 천한 신분이 알려지게 되자 바알신(바빌론의 신) 사제와 결탁하여 네부카드네자르와 그의 딸을 없애려 한다. 바빌론의 사제는 네부카드네자르가 전쟁에서 죽었다고 헛소문을 퍼뜨리며 아비가일에게 왕위를 제공한다

 

이 헛소문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시종 압달로는 이스마엘과 훼네나, 그리고 히브리인들에게 도주를 권하게 된다. 그때 새 여왕과 바알신 사제가 들어와 훼네나에게 왕관을 요구할 때 갑자기 네부카드네자르가 입장하여 왕관을 빼앗아 쓰고 신처럼 되려 한다. 그때 번개가 내리쳐 왕관은 그의 머리에서 떨어지고, 그는 정신착란증에 걸린다

 

다시 왕관을 얻게 된 아비가일은 결국 바빌론의 주인이 된다. 바빌론이 섬기는 바알신의 추종자들과 주인이 된 아비가일, 바알신 사제, 지체 없이 죽음을 당한 히브리인들이 있는 정원에 머리가 돌아버린 네부카드네자르가 들어와 아비가일과 은밀한 얘기를 한다. 네부카드네자르가 유대인들을 죽이자는 그녀의 제안에, 더구나 자기 딸마저 죽이려 하는 음모에 반대하자 그 역시 체포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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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블레이크,  미친 네부카드네자르, 1795, 런던 테이트 미술관. 

 

한편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히브리인들은 그들의 조상 다윗의 별이 그들을 다시 고향으로 이끌어 주길 간절히 신에게 기원하고 있고 대사제 즈카르야는 구원의 용기를 불어넣는다. 감금당한 네부카드네자르는 그의 딸이 어디로 불려갔는지 알게 되자, 다시 정상적인 머리로 돌아오고 히브리인들의 신을 인정하게 된다. 그는 감옥을 뛰쳐나와 급히 딸을 구하려 하나 이미 훼네나는 회생 제단에 올려졌다. 그러나 그는 그에게 충실했던 신하들의 도움으로 그녀의 구출에 성공했다. 그때 번개가 다시 치며 바알신의 초상화에 불이 붙어 타버리면서 아비가일 역시 쓰러져 마침내 히브리인들의 신에게 용서를 빌며 죽어간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유대인들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이스마엘과 훼네나와 함께 모두가 그들의 위대한 신 야훼를 찬양하며 막이 내리게 된다.

 

이 작품은 이태리의 작곡가 베르디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을 홀렸다라는 시편 137편의 시구에서 착상한 것으로, 184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초연되었다. 그의 애국심의 소산인 이 초기 작품은 당시 전 유럽을 휘감았던 정치적 동란과 오스트리아 한스부르크 왕조의 압정하에서 해방을 외치던 이탈리아 민족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며 베르디 자신의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각을 그대로 표출한 곡이다

 

한편 베르디 개인의 사생활을 살펴볼 때 극도로 불행해진 당시의 상황, 즉 두 어린 자녀와 부인 마르게리타의 죽음으로 인한 삶에 대한 짙은 의혹과 좌절 속에 있던 그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준 곡이기도 하다. 이런 큰 두 가지 사건이 항상 성경을 가까이하며 묵상해 온 그에게 현실적 사명감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한편 베르디가 오페라의 전체 흐름을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유년기를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정의와 진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통찰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부정한 사회와 불의(不義)한 정치의 이면을 조명하여 작품으로 옮겨 놓으려 했다. 그 때문에 정부는 나부코 이외의 그의 작품에서도 표제를 바꾸거나 극 중 주인공인 당시의 집권자를 다른 인물로 바꾸어 묘사하라는 등의 요구를 했고, 따라서 그의 처음 시도와는 다르게 공연된 경우가 많았다.

 

베르디는 나부코 가운데서 네부카드네자르라는 구약 시대의 한 이방 영웅을 그려낸 것만은 아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버리고 다른 이방신을 섬김으로써 이교도의 침입을 받아 어떻게 패망했는지, 또 그러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어떻게 자비를 베푸시어 구출하시고, 해방시키시는지를 감동적으로 묘사하면서, 또한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귀중하며 존중되어야 하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모세의 안도로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하신 하느님께서는, 바빌론에서 포로 생활을 하고 있던 비참한 신세의 이스라엘 백성 역시 구출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이 작품 안에 비장하게 넘쳐 흐르고 있다. 한편 베르디는 예루살렘 함락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바빌론 포로 생활이라는 주제를 통해 당시의 이탈리아 민족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32장에 나오는 "날아라, 나의 상념이여로 시작되는 포로들의 합창은 우리가 흔히 듣고 즐겨부르는 곡인데, 이 합창곡은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탈출할 때처럼 그들도 하느님께서 해방시켜 주실 것을 믿고,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바빌론 강가에 앉아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그러나 이 합창은 아프고 슬픔에 젖은 탄식만의 노래가 아니라, 힘과 거대한 민족의 어떤 내적 움직임이 처음에는 작게, 그러다가 점점 커다란 외침의 물결로 확산되면서 하느님을 힘차게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부코의 초연은 당시 이탈리아인들의 수난과 자유에 대한 열망, 진정한 인간애의 부르짖음,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신뢰 등으로 합일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합창인 동시에, 당시 그들이탈리아인민족의 합창으로서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 불렸다. 오스트리아로부터 해방되고자 갈망하던 그들의 염원은 결국 이루어졌다. 베르디는 오페라 나부코 안에서 자기 민족의 위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제시했고, 그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존엄성, 자유, 사랑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명은-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

거기 버드나무에

우리 비파를 걸었네.

우리를 포로로 잡아간 자들이

노래를 부르라,

우리의 압제자들이 흥을 돋우라 하는구나.

", 시온의 노래를 한 가락

우리에게 불러 보아라."

우리 어찌 주님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 수 있으랴?

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리리라.

내가 만일 너를 생각 않는다면

내가 만일 예루살렘을

내 가장 큰 기쁨 위에 두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 버리리라.

주님, 에돔의 자손들을 거슬러

예루살렘의 그날을 생각하소서.

저들은 말하였습니다.

허물어라, 허물어라, 그 밑바닥까지!”

바빌론아, 너 파괴자야!

행복하여라, 네가 우리에게 행한 대로

너에게 되갚는 이!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

(시편 137)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1984년 10월 103호 

http://www.with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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