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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보는 성경 이야기_​아담과 하와는 배꼽이 있었을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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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09-07 12:19 조회7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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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보는 성경 이야기


아담과 하와는 배꼽이 있었을까?

김재완 요한(교수 · 고등과학원 ·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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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하와, 모자이크, 12세기 말, 성 마르코 성당 소재.]


아담과 하와 자신들에게는 없지만, 그 자식들한테는 남겨준 것은?

<답은 이 글 마지막에>


 

이 글의 제목과 수수께끼는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가 쓴 책 《Did Adam and Eve have navels?에서 빌려 온 것이다. 배꼽은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나면서 양분을 엄마에게서 받아들이던 흔적이다. 아담과 하와를 하느님이 만드셨다면 배꼽이 필요했겠느냐는 논리가 이 질문에 숨어 있다. 이런 질문에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끝없는 논쟁이 이어진다.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과 사람을 만드셨고 모든 것의 주인이시라는 메시지를 넘어, 어떻게 만드셨나 하는 과학적인 문제까지 손을 뻗칠 때에 이런 혼란이 생긴다. 그런 한편, 최근의 생명윤리 논란에서 보는 것처럼, 과학연구의 결과를 응용하는 기술에 대해 그 윤리성을 논하는 것은 종교인들에게 당연한 의무이다.


몇 년 전 고등과학원 양자정보과학 학술 대회에서 양자 암호에 관해 강의한 길버트 박사는 내게 <바이블 코드>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책은 암호 해독에 사용하는 통계적 방법으로 컴퓨터를 사용하여 히브리어 모세오경을 분석하여 숨어 있는 메시지를 찾아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스라엘 라빈 총리의 암살을 사건 발생 1년 전에 예언해서 맞췄다는 것 때문에 유명해졌다. 정통한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이 책의 저자가 사용한 방법이 엉터리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료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길버트 박사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과학의 모습으로 치장한 사이비 과학이 종교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우리나라도 그 폭풍 속에 휘말려 들고 말았다. 그 결과, 소설을 소설로 읽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우스꽝스러운 것 내지 거대한 음모의 결과로 치부하고 있다.

 

나는 가끔  과학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종교를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다른 과학자들에게서 받는다. 몇 년 전 고등과학원에서 초청 강의를 한 한 유명한 방송 강사는 ‘종교를 가진 과학자는 엉터리’란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그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기독교 인이었으나 이제는 세상의 모든 종교와 철학, 예능, 정치 분야까지 넘나드는 사람이 되었다고 하면서.

 

육당 최남선 선생이 해방 후 절필하고 있다가 천주교로 개종하면서 쓴 글에서,천주교회가 하느님이 아닌 인간이 만든 조직이라면 어떻게 2000년을 버틸 수 있었겠냐고 했다. 이제 우리 교회는 정보 과잉의 시대를 맞아 교회 안팎으로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존경하는 은퇴 교수님 한 분에게 본 칼럼에 글을 부탁드리려고 전화를 드렸다. 과학자로서 신앙에 관한 글도 쓰시던 분이라 쉽게 응답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요즘은 좀 다른 걸(?) 하신다고 했다. 그렇다. 불교나 뉴에이지, 각종 정신운동에 대해 들어보면 더 과학적이고 더 논리적이고 그럴듯하게 들릴 법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천주교 신앙도 그것처럼 과학으로 설명하려고 든다면 그건 더 이상 신앙이 아니다.

 

과학은 신앙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고, 신앙도 과학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지만, 과학으로 우리 신앙을 설명할 수 없고 신앙으로 과학을 설명할 수도 없다. 우리의 신앙은 과학을 초월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과학으로 설명 할 수 없듯이, 신앙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고등학생인 우리 슬기가 아빠, 성당에서 배우는 건, 잘 못 믿겠어요.” 할 때에 나는 한편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매우 반가웠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셨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듣는 대로 의문 없이 그대로 쏙쏙 받아들인다면 건강한 신앙이라 할 수 있을까. 과학의 발달로 우리 인식의 한계도 넓어졌다. 그만큼 우리 신앙도 성숙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조그마한 걸림돌에도 쉽게 걸려 넘어질 수 있다. 

 

이 글 첫머리에 나온 수수께끼의 답은 ‘부모’이다.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6년 3월 360호 

http://www.withb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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