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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언어와 성경(5)_ 에덴 동산은 어디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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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09-11 22:53 조회3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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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언어와 성경


에덴 동산은 어디 인가?
배철현(교수 ∙ 서울대학교 ∙ 종교학과)

에덴 동산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거주한 장소이다. 창세 2장에 소개된 소위 ‘야휘스트’ 저자(하느님의 이름을 ‘야훼’라고 부르는 기원전 10세기경 예루살렘의 성경기자)의 창조 기사에서 에덴은 피손 강, 기혼 강, 티그리스 강, 그리고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어디라고 증언하고 있다.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오리엔트 지역, 더 좁게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지칭한다.

에덴 동산의 위치는 요세푸스(<유다 고대사>1.3.38-39) 시대부터 성경 주석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들의 관심은 에덴에서 흘러나왔다는 네 줄기 강의 위치(창세 2,10-14 참조)를 파악하는 데 모아졌다. 어떤 학자들은 이 구절이 나중에 첨가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강과 보석을 신의 동산에 관련지어 언급하는 것은 고대 근동에 널리 퍼진 전통이다. 오히려 이들 각각에 대한 문헌적 전통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문보다 훨씬 오래 되었을 것이다.

네 줄기 강의 이름은 동산의 위치를 추측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히브리어 ‘히-데켈’과 ‘퍼라트’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피손은 ‘샘물이 솟다’, 기혼은 ‘(물이) 터져 나오다’라는 의미이며, 이 강들의 위치는 파악하기 힘들다. 피손이 인더스 강이나 갠지스 강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피손이 흐르는 ‘하윌라’를 ‘인도’ 또는 ‘아라비아 반도’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기혼에 대해서는 이집트의 남부를 지칭하는 ‘쿠스(Kus)’라고 하고, 유 프라테스 강와 티그리스 강의 지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에덴 동산은 어디인가? 성경에서는 크게 두 가지 장소로 등장한다. 창세 2-3장에서는 ‘미와 풍요의 장소’로, 이사 51,3에서는 ‘주님의 동산’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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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동산, 히에로니무스 보쉬(BOSCH Hieronymus), 프라도 미술관.]


‘에덴’이란 단어는 무슨 뜻일까? 첫 번째로 ‘에덴’은 수메르어 ‘에딘(EDIN)’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단어는 나중에 동 셈어(East Semitic)인 아카드어 ‘에디누(edinu)’가 되었다. 두 번째로 ‘에덴’은 서 셈어(West Semitic) 어근인 ‘-d-n(풍요, 기쁨)’에서 유래했다.

수메르어 ‘에딘’ 기원설은 니네베에서 발견된 수메르어-아카드어 사전 목록 토판 문서에 등장한다. 이 기원설은 두 단어가 음성학적으로 유사하며 두 장소 모두 ‘동쪽’에 위치했다는 장소의 유사성에 있다. 그러나 이 어원설에 대한 반증도 있다. 첫째, 창세 2-3장에 언급되는 에덴은 옥토이며 오아시스를 가지지만, 이와 반대로 수메르어 ‘에딘’은 평원이나 대초원 지대(steppe)를 의미한다. 둘째, 수메르어 ‘에딘’은 일반적인 평원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아카드어edinu는 앞에서 언급한 수메르어-아카드어 사전에만 언급되었다. 그러므로 성경기자가 이 단어를 차용했다면 오리엔트 지역의 아주 오래된 문화 차용어인 ‘에덴’을 사용한 것이다. 수메르 문헌이 말하는 이상향은 ‘딜문’이다. 이곳에는 병이 들거나 늙지 않고 늑대와 양이 사이좋게 지내며 아름다운 과일이 자라고 동산지기가 그곳을 지키고 있다고 전한다. 지혜의 신인 엔키가 새로 난 과일을 먹었기 때문에 그 땅의 여신인 닌후르삭(Ninbursag)에게 저주를 받는다. 아카드어로 쓰인 길가메쉬 서사시에서도 불멸을 찾아 떠나는 길가 메쉬가 우여곡절 끝에 과일과 보화가 주렁주렁 달린 동산에 들어간다.

서 셈어 기원설,즉 ‘-d-n(풍요, 기쁨)’ 에서 차용했다는 가설은 ‘파라다이스’와 연결되어 있다. 구약성경을 기원전 2세기경 그리스어로 번역한 칠십인역은 창세 3,23-24에 나오는 ‘에덴 동산’을 곧 ‘풍요의 정원’으로 옮겼다. 칠십인역 저자는 성경 히브리어 ‘에덴’을 ‘풍요’라는 의미로 번역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창세기에서 동산 나무의 과실이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창세 2,9)을 근거로 제시한다. 또한 이 어근은 시리아어와 탈무드 아람어에서는 ‘dn 동사의 강조형(풍요롭게 하다)에, 아랍어에서는 ‘gadanunn(안이한 삶)’의 제12동사형인 ‘igdaudana(머리를 길게 사치스럽게 늘어뜨리다)’에 해당된다.

성경 히브리어가 쓰일 동시대 언어에는 다음 두 가지 용례가 있다. 먼저 기원전 15세기부터 13세기까지 시리아 지역에서 사용된 우가릿(Ugaritic) 문헌에서 이 단어는 ‘풍요’를 의미한다. 고대 아람어(Old Aramaic) 문헌, 북부 시리아의 텔-파케리야(Tell Fakheriyah)에서 발견된 아카드어-아람어 비문을 보면 ‘m’dn mt kin(모든 땅에 [물을] 풍요롭게 하는 자)’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구절은 모두 풍요의 신인 ‘하다드(Hadad)’ 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에덴’에 대한 어원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성경의 ‘에덴’이 수메르어 ‘에딘’에서 왔는지, 아니면 서 셈어 ‘-d-n(풍요)’에서 왔는지는 현재로는 알 수 없기에 성경 안에서 그 의미를 추적해 보자.

‘에덴’은 구약성경에 열 세번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니다. 창세 2,8.10에서 ‘에덴’은 지명이다. 그러나 창세 2,15; 3,23-24에서는 ‘에덴 동산’이라고 하여 이 에덴은 동산이 위치한 지명이 아니라, 동산 그 자체를 의미한다. 칠십인역에서도 이와 같은 용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창세 2,8.10; 4,16에서 ‘에덴’을 그리스어로 ‘에뎀’이라고 옮겼다. 창세 3,23-24에서는 히브리어 ‘에덴 동산’을 a725d1f601a6d5aea5132e6e5bb8b2f5_1564622로 번역했고 2,15은 a725d1f601a6d5aea5132e6e5bb8b2f5_1564622로 옮겼다. 이 차이 때문에 아마도 창세 2,4ㄴ-3,24 안에 여러 가지 원자료(Urlage)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원자료들의 내용은 아주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글의 차이뿐만 아니라 구전의 특징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


창세기 이외에는 주로 에제키엘서(에제 28,13; 31,9.16.18; 36,35)와 이사 51,34 요엘 2,3에 언급된다. 이사 51,3; 에제 36,35; 요엘 2,3에서 ‘에덴’은 풍요의 상징으로 나온다. 이사 51,3과 에제 36,35에서는 바빌론에 유배 중인 이스라엘인들에게 주는 희망의 선포이다. 하느님께서는 황량한 땅에서 그들을 이끌어 내시어 풍요의 땅인 ‘에덴’으로 인도하시겠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요엘 2,3에는 하느님의 저주가 임박하여 ‘에덴’이 곧 메뚜기 떼로 인해 황무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사 51,3에서는 ‘에덴’이 ‘주님의 동산’과 나란히 사용되었다. 적어도 이사 51장이 쓰인 소위 제2 이사야 시대, 곧 유배 시대에는 ‘에덴’이 더 이상 지명이 아닌 신비의 정원, ‘주님의 동산’이 되었다. 에제 28,13에서는 에덴이 '하느님의 동산’과 병행 구절로 사용 되었다. 페니키아 티로의 왕은 ‘하느님의 동산’인 ‘에덴’에 거하면서 온갖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가 후에 죄로 인해 쫓겨나게 된다. 에제 31,8-9에서는 이집트의 파라오를 나무에 비유하는데, 이 나무는 꼭대기가 구름 사이로 뻗어 있고 그 뿌리가 지하수에 닿는 웅장한 나무이다. 그래서 온갖 동물과 새들의 안식처가 되었으나(3-7절) ‘하느님의 동산’에 있는 에덴의 나무가 부러워하여(9절) 결국에 그 웅장한 나무가 시들게 된다(16-18절).

에덴 동산을 둘러싼 근본 질문은 ‘에덴’이 인간들이 사는 곳인가, 아니면 신들이 사는 곳인가 하는 문제이다. 에덴 동산이 인간들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들이 거하는 곳이 아니라는 주장은, 이 이야기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에덴 동산의 많은 소재들이 메소포타미아나 가나안의 신화에도 등장하는데, 이곳에서는 신들이 인간들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며 신들의 모임이 그 곳에서 열리고, 땅을 적시는 지하수의 원천이 있으며 초자연적인 효능과 미를 지닌 나무들이 자란다. 

이와 같은 고대 근동의 이야기들을 지나칠 수는 없다. 창세 2,4ㄴ-3,24의 에덴 동산은 신화적인 하느님 의 동산으로 나타나지만, 이 글을 쓴 J문서에는 신화적인 요소와 역사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특히 신화적인 요소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루어 에덴이 단순히 인간의 불순종 때문에 사라진 낙원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 안에 내재한 하느님의 거주지임을 보여 준다. 이 장소는 분명히 다른 장소와 구분되는 장소이다. 이곳은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 만나 관계를 맺는 장소이다.

어떤 학자들은 에제 28장과 31장에 나오는 예언이 창세 2-3장을 기초로 하여 작성되었다고 주장한다. 공통의 주제들(웅장한 나무, 하느님에 대한 반항과 추방, 지혜, 보석, 케루빔, 불)이 분명히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그래서 에제키엘서는 창세 2-3장과 다른 더 유동적인 구전 자료를 기초로 썼다.

이 단어가 기원전 3세기 이후에는 사후 세계의 ‘낙원’이라는 뜻이 되었다. 영어의 paradise는 라틴어 paradisus, 그리스어a725d1f601a6d5aea5132e6e5bb8b2f5_1564623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어a725d1f601a6d5aea5132e6e5bb8b2f5_1564623는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역사학자 제노폰(Zenophon)이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단어는 그리스 사람들이 만들어 낸 단어가 아니라, 당시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으로 문화적 접촉을 통해 생겨난 페르시아 차용어이다. 이 단어는 고대 이란어인 아베스타어(Avestan)와 고대 페르시아어(Old Persian)에서 처음으로 쓰였다. 아베스타어로는 ‘pairidaeza(둘러싸인 공원)’이란 뜻으로 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 키루스가 파사르가데(Pasargadae)에 수도를 정할 때 자기가 정복한 나라에서 구한 진귀한 동물들과 식물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파라다이스’라 칭하였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파라다이스의 원형을 볼 수 있다. 한편 이 단어가 선한 사람들이 사후에 가는 극락을 의미하는 단어가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아랍어에서는 극락을 ‘jannatun’이라 하는데, 이 단어에는 ‘동산’과 ‘극락’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모두 있다.

외경과 제2경전에서도 에덴 동산이 자주 언급된다. 4에즈 3,6과 희년서 3,9-35과 창세 2-3장에 직접적인 인용이 있다. 여기에서는 에덴이 지상의 한 장소이며 희년서 4,23-25; 8,18-9에서 에덴은 하느님의 지상 거주지이다. 그러나 4에즈 3,6에서는 의미가 달라져 땅이 창조되기 전에 에덴 동산이 이미 있었다고 한다. 희년서 4,23-25에서 에녹은 다른 죄 많은 인간들로부터 성별되어 에덴 동산에서 그들의 죄를 저주하고 세상을 심판하는 글을 쓴다. 다시 말해 에덴은 의롭고 신실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하늘의 낙원 같은 곳으로 묘사된다.

창세 2,8에는 에덴 동산을 ‘동쪽에’ 두셨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표현은 히브리어 원문에 ‘미-케뎀’인데, 여기에서 히브리 전치사 ‘미’는 ‘탈격’이 아니라 ‘처격’ 전치사로 해석하여 ‘동쪽에서’라고 해석해야 한다. 이 ‘동쪽’이 메소포타미아의 한 지역일 수도 있지만 시간을 나타내 ‘옛날’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동쪽에서’가 아니라 ‘한 처음에’라는 시간적 해석도 가능하다. 하여튼 ‘에덴’의 정확한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에덴은 인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곳, 하느님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곳, 남녀 간의 구별이 없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은 우리가 상상하는 사후 세계가 아니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는 곳, 인간과 인간 사이에 차별이 없는 곳,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바로 우리에게 하느님이 요구하시는 그런 장소와 시간이 아닐까? 바로 지금, 여기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에덴 동산이다. 다음 호에는 예수님께서 에덴을 뭐라고 하셨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7년 2월 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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