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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언어와 성경(7)_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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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8-09-11 22:56 조회9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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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언어와 성경


메시아

배철현(교수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예수가 메시아 혹은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그리스도교 역사 초기부터 핵심 교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복음서들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예수 자신이 나는 메시아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이 칭호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메시아 사상이 예수가 자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었는지, 혹은 이 사상이 초대 교회의 신앙에서 유래했는지 종종 질문해 왔다.

 

루카 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나자렛의 한 유다 회당에서 이사 61,1-2을 봉독하고, 말씀에 기록된 대로 자신을 성령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은 자로 보았다(루카 4,16-21). 쿰란 문서 기록에 의하면 이 구절은 도래할 메시아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예수가 이 구절을 인용했다는 것은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는 이사야서를 인용하고(마태 11,4-6), 복음서는 분명히 그의 행동을 메시아의 행동으로 여겼다(마태 11,2).

 

2그런데 요한이,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제자들을 보내어,

3“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4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5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6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마태 11,2-6).

예수는 복음서에서 메시아를 기대하는 사상 중 당시 유행했던 한 부분만을 이야기했다. 즉 메시아가 가져올 의롭고 새로운 통치만 언급하였다. 왕이나 군사적인 영웅으로 메시아를 기대하는 사상은 예수의 말 가운데에서 찾을 수가 없지만그를 따르는 자들은 예수를 왕이나 군사적인 영웅으로 여긴 것 같다.

 

1세기 유다인들은 하느님이 곧 그들의 시대에 개입하시고, 완전한 의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이 직접 행동하신다고 믿었고 어떤 이들은 중간자, 기름부음받은 자’, 메시아(히브리어 마시아, 그리스어 크리스토스)를 보내신다고 믿었다. ‘메시아라는 명칭은 원래 구약성경에서 다윗 왕가의 이스라엘 통치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족보를 보면 요셉은 다윗의 도시인 베들레헴 출신이며 다윗 가계 출신이라고, 당시 메시아에 대한 사상을 가정하고 있다. 예수와 제자들은 다윗의 아들이란 칭호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를 이 호칭으로 불렀다. 어느 한 시점에서 예수는 분명히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 아니라고 부인하였는데(마르 12,35-37과 병행 구절들), 아마도 그는 구세주가 로마 통치를 끝낼 군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말한 것 같다. 예수를 따라 다니던 제자들도 예수를 왕이나 군사적인 영웅으로 생각하였다.

 

사도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 물었다. “주님, 지금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다시 나라를 일으키실 때입니까?”(사도1,6)

그러나 예수를 적대시한 자들도 그를 메시아라 비꼬아 부르며 예수는 그러한 직위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분명히 믿고 있었다.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함께 조롱하며 서로 말하였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우리가 보고 믿게, 이스라엘의 임금 메시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그분께 비아냥거렸다(마르 15,31-32).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예수 자신이 메시아라는 명칭을 확실하게 거절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가 부인하면 사람들이 그를 전혀 구원자가 아니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수는 이 명칭 사용을 부추기거나 메시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도록 노력 하지도 않으면서 중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예수를 메시아로 알아본 마귀들에게는 그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고(루카 4,41), 예수의 왕국에 한 자리를 요구하던 사람들에게(마태 20,20-23; 마르 10,35-40) 그의 왕국은 지상의 왕국이 아니라고 밝혀 두었다(마르 10,41-45).

 

메시아에 관련된 또 하나의 특징은 소위 메시아 비밀이란 것이다. 어떤 이가 그에게 메시아냐고 직접 물어보았을 때, 그는 직접 대답하지 않고 대신 그가 일으킨 기적들을 증거로 제시하였다(요한 10,24-25). 그의 수제자 베드로가 예수가 바로 메시아라고 고백했을 때, 예수는 이 고백에 수긍을 하였지만 다른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금지시키며, 메시아 비밀을 지키라고 요구하였다. 비밀은 예수가 왕으로서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끄는 메시아가 아니라, 고통을 받고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메시아라는 것이다. 이것을 루카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루카 9,22).

메시아에 관한 예수의 생각은 그가 심판받는 과정에 가장 잘 나와 있다. 마태오와 루카 복음에서 예수는 자신을 메시아냐고 묻는 질문에 모호하게 대답한다. 예수가 자신이 메시아임을 긍정하거나 부인할 때, 당시 로마 정권이나 유다교 종교 지도자들에게 화를 입거나, 추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내가 (메시아)이다라는 대답보다 더욱 믿을 만한 것 같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다.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마르 14,62).

이 구절에서 그렇다라고 번역된 구절은 원래는 나는 -이다라는 의미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문에는 각각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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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의 중요성은 예수가 사용한 언어인 아람어나 구약성경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전환하였을 때, 단어의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이 구절을 아람어와 성경 히브리어로 전환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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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아람어와 히브리어로 전환시켰을 때, 우리는 소위 신성 사문자神聖四文字(tetragmmrmta: YHWH)’를 만나게 된다. 탈출 3,14은 다음과 같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나는 있는 나다.”하고 대답하시고(탈출 3,14).

마르 14,62에서 그렇다라고 번역된 원래 의미는, 하느님이 모세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계시하신 나는 있는 나다에서 첫 단어 에흐에를 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신이 하느님이라고 선포하고 있다. 빌라도가 예수에게 “당신이 임금”이냐고 물었을 , 예수는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요한 18,37)라고 다시 모호하게 대답하였다.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는 사적인 상황이긴 했지만 적어도 한 곳에서(요한 4,25-26) 메시아라는 명칭을 확실히 주장하였다. 하지만 요한의 수난 기사에서 예수는 그가 임금이라는 칭호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고 확실히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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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빌라도, 10세기, 에그베르티 사본, 트리어 시립도서관, 독일.]

 

예수의 메시아 사상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예수는 유다인들이 기대했듯이, 자신을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구원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임무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시아와 진정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그는 민족적이고 혁명적인 의미가 있는 메시아라는 칭호를 공적으로 쓰는 것을 피한 것 같다. 로마가 지배하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팔레스티나에서 메시아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 살지 못할 것이고, 아이러니하게 예수가 그랬다. 모든 복음서에 기록된 십자가 위에 붙은 명패는 그가 위험한 메시아 혁명가로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7년 4월 373호 

http://www.withb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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