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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이 흐르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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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개없는천사 작성일19-08-07 10:57 조회9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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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27. 파란광야. 네겝.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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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느보산(요르단)에서 바라본 예리코(이스라엘)쪽 가나안땅-

 

 

며칠 전 막내이며 하나밖에 없는 시누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암 진단받고 보름만에 너무나도 황망하게 가버렸다. 시댁 형제 중에 유일하게 세례를 받지 않았고 미처 삶을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뭐가 그리급한지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에 임박해서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시누남편에게 세례를 주고 싶다고 했더니, 삶의 마지막에서 세례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물으면서 부정적인 반응이다. 하늘 나라의 삶 즉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우리는 죽음이 끝이 아니고 죽음은 과정이므로 세례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었지만...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세례받겠냐고 시누이한테 물었지만 반응은 없었다. ​하나뿐인 조카딸은 엄마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라면 세례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시누이 남편도 동의를 했고, 대세를 주었다. ​장례가 시작되고 나의 본당과 형님네 본당에서 몇몇 분의 교우들이 연도를 해주었다. 시누이의 영혼을 위해 열심한 마음으로 연도를 해주었다. 그러나 시누이 남편은 낯설기도 하고(실은 돌아가신 시아버지, 시동생 기일에 온 가족이 모여서 연도를 함께 했었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당한 이별의 슬픔때문에 예민해진 상태여서 그런지...​세 그룹의 연도를 마친 후 연도 소리가 싫다는 말까지 하면서 매우 부정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하였다.


첫날 그렇게 지나갔고, 두 번째 날은 연도하러 오신분들께 상황을 전달하니 병원의 다른 공간에서 연도를 받치고 분향만 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하였다. 입관 때 연도는 어쩔 수 없이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병원에서 장례미사 때는 신부님의 강론 중엔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느님께서 젊은 영혼을 불러가심은 그 순수한 영혼이 아름다운 하늘 나라 정원에 꼭 필요한 꽃과 같은 존재이므로 데려가신 것이라고 그리고 남은 가족은 기도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강론이 진행되는 동안 시누이 남편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시누이 남편, 딸 그리고 함께한 가족들, 교우들은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듯 했다.

 

​그렇지만 발인후 화장이 진행되면서 기다리는 동안 시누이 남편이 하는 말은, 필요해서 그 영혼을 데려갔다는 그런 하느님의 뜻에 동의할 수 없단다.​  그런 神은 믿기 싫단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사람에게​ 갑자기 모든 걸 이해시키긴 정말 어렵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 같고, 여러 체험을 겪어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 탈출 후 광야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느님은 가나안 땅을 정찰하라고 이르신다. 그러나 정찰 후 결과보고는 둘로 나뉜다.

 

여호수아와 칼렙은 하느님이 주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맞다면서, 그 땅을 차지하기위해 결심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자고 한다. 다른 정찰대는 그 땅을 차지하지 못할 거라면서 나쁜 소문을 퍼뜨린다.

 

​모세의 삶의 마지막에 느보산에서 보여준 예리코 쪽은 그들이 지나온 광야와 별차이는 없어 보인다. 황량한 광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느님 나라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믿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구해야할 것이다.

 

주님께서 파란광야에 있는 모세에게 이르셨다. "사람들을 보내어,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는 가나안 땅을 정찰하게 하여라(민수13,1-2)".

 

​"우리를 보내신 그 땅으로 가 보았습니다.​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이것이 그곳 과일입니다. 그러나 그 땅에 사는 백성은 힘세고, 성읍들은 거창한 성채로 되어 있습니다." ​칼렙이 모세 앞에서 백성을 진정시키면서 말하였다. "어서 올라가 그 땅을 차지합시다.​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올라갔다 온 사람들은, "우리는 그 백성에게로 쳐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강합니다."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자기들이 정찰한 땅에 대하여 나쁜 소문을 퍼뜨렸다​(민수 14,27.30-32).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셨다. "이 악한 공동체가 언제까지 나에게 투덜거릴 것인가? ​이스라엘 자손들이 나에게 투덜거리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주님의 말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너희가 내 귀에 대고 한 말에 따라, 내가 반드시 너희에게 그대로 해 주겠다. 바로 이 광야에서 너희는 시체가 되어 쓰러질 것이다​(민수14,26-29).

 

​가나안 정찰대가 하느님이 주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보고 판단하여 보고하는 내용이 둘로 나뉘고 백성의 받아들임이 다르듯이 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도 그렇게 둘로 나뉘어 살아가는거 같다.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은 성경 말씀대로, 교회의 가르침대로, 믿음의 조상들을 삶을 보고 영원한 생명을 목표로 순명과 겸손의 자세로 살면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물론 이별의 슬픔은 있지만 죽음을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그 죽음을 끝으로 시체로써 삶을 마감할 것이다.

 

​† 주님, 제 시누이 영혼에게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주소서!

그리고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누가족에게

위로와 함께 하느님을 알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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