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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떠나는 이집트 탈출기(10)_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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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이블톡 작성일19-01-03 00:50 조회1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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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떠나는 이집트 탈출기(10)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글 이우식 베드로

그림 김형주 이멜다(서양화가)

 

시나이산에서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너무나 명쾌하고 당연해서 아주 뜻밖이었어.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20,2)는 선언이었어. 처음 이 선언을 듣고는 얼떨떨했어. 무엇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 사실만큼 중요한 말씀이 없더라고. 이집트를 빠져나오면서부터, 광야로 접어들어 온갖 일들을 접하면서 조금만 힘이 들거나 어려운 형편에 떨어지면 예전의 생활을

떠올렸던 우리들이었거든. 하느님께서 모세 어르신을 통해 정말 어렵사리 이집트를 탈출시켰다는 것은 아예 싹 잊어버리고. 그러니 우리의 하느님이 누구신지를 분명히 알아차리고 실행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지.

 

그리고 열 가지 계명이 주어졌어. 하느님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는 계명서부터 네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지 탐내지 못한다는 계명까지. 사실 그 계명들은 모두 이집트에서 겨우 빠져나와 아무런 규정도 없는 우리 이스라엘 백성이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이었어. 그 정도는 지켜야만 공동체 안에 다툼이나 시비가 일어나지 않거든. 새삼스러운 내용도 아냐. 그런데 시나이산에 천둥과 번개가 휘몰아치면서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이런 말씀이 들려오니 몸이 절로 떨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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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듣다가는 그대로 죽을 것만 같은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였지. 그래서 모세 어르신께 다시 매달렸지. 우리 이스라엘을 대표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나중에 전해 달라고.

그래서 모세 어르신이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의 장로 칠십 명을 데리고 시나이산에 오르게 되었어. 그전에 우리는 산 밑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표시하는 돌기둥 열두 개를 세워놓고는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지. 수송아지들을 잡아 피의 절반은 제단에 뿌리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에게 뿌리는데, 정말 피로 맺은 계약이라는 사실이 물씬 느껴지더군. 예식 도중에 하느님과 맺은 계약서 내용을 들으면서 그대로 다 따르겠다고 다짐할 때에는 저절로 숙연해질 정도였으니까.

 

후에 들으니까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의 장로 칠십 명은 하느님을 뵈오며 먹고 마시는 등 남다른 체험을 한 것 같았어. 그만큼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고. 아무래도 하느님 체험이 깊어질수록 사려가 깊어지고 말이나 행동도 신중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들은 거기서 기다리고 시종인 여호수아는 모세 어르신을 모시고 더 올라갔다고 하더군(24,13). 아말렉족과 싸울 때 이스라엘군을 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훗날 모세 어르신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했던 인물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더 올라갔는지는 아무리 물어도 이야기해 주지 않더군. 하긴, 장로들 있는 데서 얼마를 더 올라갔든 무슨 상관이겠어. 이미 다른 사람들을 제쳐두고 혼자서 모세 어르신을 모시게 되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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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산 밑자락에 남은 우리 눈으로 볼 때에는 모세 어르신이 산에 오르자마자 구름이 밀려오더군. 그 이상은 하느님의 신비에 속하는 부분이라 볼 수 없다며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활활 태우는 불처럼 보이는 산봉우리 에서 모세 어르신은 사십 주야를 꼬박 채우셨어. 하느님과 깊이 일치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그분의 말씀을 들었던 것이지. 훗날 하느님을 예배하는 데 꼭 필요한 성막과 증거궤, 등잔대와 사제복 등의 제의용품을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이때 모두 상세하게 보여주었어. 심지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어느 누가 재능이 있으니 그에게 일을 맡기라는 지시까지 내려주셨으니 더 무슨 말을 하겠어. 유다 지파의 브살렐에게 세공을 맡기고 단 지파의 오홀리압을 조수로 붙이라고까지 했으니 말이야(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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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빠져나오기 전부터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는 백성이었어. 모세 어르신에게 "너는 나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낸 다음 이 산에서 하느님을 예배하리라” (3,12)고 했거든. 어디 그뿐인감. 시나이산에 도착해서 계약을 받을 준비를 할 때에도 "너희야말로 사제의 직책을 맡은 내 나라, 거룩한 내 백성이 되리라”(19,6)고 하셨지. 그러니 모세 어르신이 시나이산 봉우리에 올라 사십 일을 머무는 동안, 사제의 직책을 수행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준비를 다 갖추어야만 했던 거지. 그래서 세세하게 모든 규정을 일일이 일러주었던 거야. 그렇지만 제반 여건이 다 갖추어졌어도 그 여건을 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사람이 결정적이야. 사제 복장까지 다 갖추어 놓고 성막과 제단을 마련해 놓았다 해도 그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인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지. 그래서 모세도 시나이산 봉우리에 오르기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두 모아 놓고서, 수송아지의 피를 계약의 피로 삼아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다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게끔 했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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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없이 시나이산 밑자락과 중턱에 남아 있었던 사십 일이 이스라엘 백성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갈랐지. 모세 없이도 하느님께 절대적으로 충성하려는 마음가짐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어. 그 때문에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야. 이집트에서부터 함께 고생하며 광야길을 헤쳐 왔는데, 동족 간에 칼부림이 났으니. 

 

 

출처: 월간지 <성서와함께> 2004년 10월 343호 

http://www.withb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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